너무 더운 탓일까? 열심히 일에 몰입하고 있던 도중, 컴퓨터가 '스스로 다시 켜지는' 그런 현상을 일으키게 되었다. 컴퓨터도 더위를 먹을 수 있는 것인가? 이 놈의 Active X 가 디글디글한 나의 컴퓨터는 정말 갖가지 기이한 현상들이 일어나기 마련 ^^

앞자리에 계신 egoing님께서 컴퓨터를 봐주시는 동안, qwer999님의 자리에 있던 책에 손이 가게 되었다.

레몬향이 느껴질만큼 형광노란 빛의 강렬한 책 표지에 약간은 몽롱한 듯한 눈빛을 지닌 단정한 여자 아이 삽화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. 제목의 독특함 까지 어우러져 뜻하지 않게 살짝 살짝 읽던 책은 어느 새 그 자리에서 반절을 넘어가고 있었다.

스토리를 살짝 흘리자면, 대학교수인 고야마는 친구의 소개로 특이한 음식점을 소개 받게 된다. 간판도 없고, 장소도 그 그 때 옮기는 독특한 음식점이다. 그 음식점의 백미는 아무것도 알 없는 여자와의 식사 한끼. 서로의 이름을 물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.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음식점에서 타인의 행동에 대한 자기 성찰이 이 음식점의 맛깔스런 반찬이라 할 수 있다.

친구의 실종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필체는 호기심을 자극하며, 그 몽롱한 음식점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과하지 않게 '적당히' 표현한다. 그 '적당함'이 주는 매력에 정말 감칠맛이 느껴지는 것은 이 소설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런지


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어요. 도리어 거기에 가치가 있겠죠. 그곳에 핵심이 있다고 말할 밖에 없습니다.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  - 18 p

그저 이렇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어도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좀 더 잘보이는 것 같다. 언어정보는 간단히 만들어 낼 있지만 기품있게 먹는 모습은 쉽게 익히지 못한다.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- 88 p

           

모리 히로시-

작가는 참으로 특징적인 작가(?) 였다. 원래 추리소설로 유명해졌고, 필명과 본명이 일치하는지도 의문이라는 설이 있다. 또한, 언론에 은둔해 있는 몇 안되는 작가이기도 하고. 하지만 너무 사회적이지 않아서일까? 평범하게 기술되어지는 스토리 안에 참으로 많은 성찰적 요소가 소설을 묵직하게 만드는 듯 하다.

정갈하면서도 담백한 문장에 녹아져 있는 묘연한 느낌을 맛보고 싶다면 다시금 쥐게 되리라 생각된다.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8.5점 / 10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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